서른 초반, 희망퇴직을 신청하다.

희망퇴직제

퇴직시기를 앞당겨 퇴사하는 조기퇴직의 일종

 

희망퇴직을 신청한 이유

한 직장에서 11년을 근무하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이 크게 두 번 있었다.

첫번째는 입사후 2년차일때
두번째는 4년전, 개인적으로 이 때가 회사생활 중 가장 힘들었지만 사정상 그만둘 수 없던 현실이라
몇 달간 매일밤 내일이 오지 않길 바라며 울면서 잠들었었다.
그리고 지금..
11년을 근무하면서 번아웃이 오기도 했고, 회사의 분위기, 구성원들의 변동 예정으로 인한 부담감,
그리고 개인적인 이유등..
업무강도는 11년의 짬이 있으니 감당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내 마음이 불안정하고 울적한 상태였다.
고민을 하다.
기존에 희망퇴직은 연령 및 근속년수의 제한이 높았기 때문에 나에게는 먼 얘기였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희망퇴직 신청 범위가 넓어져서 나에게도 기회가 오게 되었다.

 

희망퇴직 신청자도 많았고 희망퇴직 위로금 조건이 이전에 비해 훨씬 좋은편이라
계산을 해보니 내가 앞으로 월급등을 받으며 생활을 하고 남은 돈으로 저축을 해도
10년 가까이 모야야 할 돈을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기회였다.
또 원래 희망퇴직은 실업급여 사유가 안되지만
이번 희망퇴직은 회사의 사유로 인해 8개월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고민이 많이 되었다. 왜냐하면

대기업의 연봉과 복지혜택을 포기해야하나, 그리고 나는 아직 미혼이고
한창 일해야할 서른초반이었기 때문이다.
내 마음을 떠나 현실적으로 보았을때 그만 둘 이유가 없기 때문에 다시 마음을 잡았지만
신청 마감일이 다가올 수록 마음이 너무나 복잡했고 뭐에 홀린듯 마감일 퇴근을 앞두고 신청을 하게 되었다.
그만 둬도 몇년치 연봉이 생기고, 현실적으로 지금과 같은 조건의 회사는 들어가지 못하지만
한 달에 200만원은 벌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희망퇴직 승인 후

막상 희망퇴직 승인처리가 되니 후련할 줄 알았던 마음보다는 복잡한 마음이 더 커졌다.

잘 선택한걸까 하루에도 마음이 몇번을 왔다갔다하고 소식을 들은 파트장님도 승인당일 취소할
생각이 정말 없냐고 물어보셨다.

취소할 마음이 조금 들기도 했지만, 또 언제 있을지 모르는 기회이고
당장 또 내년 내후년에 퇴사생각이 들때
이 기회를 놓친것이 후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복잡한 마음 상태로 결과대로 따르기로 했다.

 

솔직한 지금 나의 심정은

사실 결과가 난 이후로 이틀간 잠을 못잤었다. 뭔가에 홀렸었나 싶기도 하고
이제야 현실을 바라보는 정신이 든것일까?

뜬눈으로 이틀을 밤을 새우고 희망퇴직 반려가 되는지 확인해 보았지만 반려 기간이 지나게 되었다.

이제서야 마음에 걱정과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크게만 보였던 희망퇴직금은 갑자기 작게만 느껴졌고
그 돈이 무섭게 느껴졌다.

정말 대책없이 뭔가에 홀린듯 신청했던 그때가 후회스럽고 충동적이었던 내 자신에게 실망도하고
어제까지 마음이 힘들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앞 날을 희망적으로 생각하기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마음은 아직 쓰리지만 나의 선택에 더 이상 후회하거나
미련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행히도 8개월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 당장 먹고 살 걱정과,
재취업에 대한 조급함을 내려놓을 수 있다.
11년간 납부한 고용보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인수인계 준비도 해야하고 남은 휴가도 써야하고
마지막 근무일인 이달 말일까지는 바쁘겠지만 힘을 내보자.

그리고 이제 받은 법정퇴직금과 희망퇴직위로금은 미리 받은 노후 자금이다 라고 생각하고
일부는 안전하게 IRP 계좌에 넣어놓고, 일부는 안전하게 재테크를 해볼 생각이다.

나의 이번 선택이 어쨌든 앞으로의 나의 인생에 영향을 주는 이벤트였지만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하고 잠시 리프레쉬를 하고 마음을 다잡고 잘 살아보려고 한다.

 

코로나가 아니였다면 
11년간 열심히 달려온 나에게 여행이란 선물을 해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코로나 직전 다녀온 이탈리아의 맑은 하늘이 떠오른다.

 

희망퇴직을 신청하다.